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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따뜻한 하루] 엄마, 뭘 그렇게 찾아?

by 흔삼아 2015. 8. 16.
엄마, 뭘 그렇게 찾아?



요 며칠 주방에만 들어가면 어머니는 
뭔가를 찾아 헤매느라 분주해지십니다.

"분명 여기에 뒀는데 이상하네."

어머니가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말씀한지 꽤 됐지만, 
가족들은 어머니의 건망증으로 치부해버리고 
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.

더구나 없어졌다고 말씀하신 물건도 쌀, 라면, 조미료 종류이고 
그 양도 적어서 사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으로 덮곤 했습니다.

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.
여전히 주방에서 어머니의 한 숨 소리가 흘러나옵니다.
오늘은 좀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싶어 주방으로 들어갔더니 
어머니가 빈 찬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.

순간, 자신이 어제 사서 넣어놓은 
통조림 캔 몇 개를 찾아봤더니 역시나 없습니다.
생각해보니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
매주 수요일에만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.
누군가가 아무도 없는 우리 집에 들어와 
물건을 가져간다는 건,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.

지금은 사소한 부재료만 가져가지만, 
앞으로 더 큰 걸 훔쳐갈지 모르는 일이었기에 
열쇠를 바꾸고 경찰서에 신고하자고 흥분해서 이야기했습니다.

"거지 도둑이야?
왜 맨날 남에 집에 들어와서 이런 거나 훔쳐 가냐고,
그게 더 기분이 나빠!"

그런데 어머니는 흥분한 절 말리며
오히려 좀 도둑이 들어오는 날,
기름진 음식에 잘 보이는 곳에 돈까지 놓아두고 나가셨습니다.

그런 어머니의 선행이 못마땅한 저는
도둑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.
어머니가 문화센터에 가시는 수요일.
도서관에 가겠다고 나선 후,
어머니가 나가신 걸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.

몇 분 후, 
'달그닥' 열쇠를 따는 소리가 났습니다.
'삐그덕' 현관문이 열립니다.
전 숨죽인 채 야구 방망이 하나를 들고
주방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만 비명을 지를 뻔 했습니다.

"헉."

도둑의 모습을 본 저는 그 자리에
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.
다름 아닌 시집간 누나였기 때문입니다.



"누...나!.."

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결혼하며
부모님의 가슴에 큰 대못 하나 박고 떠났던 누나가.
만삭의 몸으로 얼굴은 반쪽이 되어 친정을 몰래 찾아왔던 것입니다.

돌아누울 곳도 없는 작은 방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 
행색이며 그 곱던 얼굴은 초라하기 짝이 없고..
거지도둑이냐며 경찰에 신고해서 당장 붙잡자는 말에
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어머니의 행동이
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.



따뜻한하루에서 퍼왔습니다.